• 최종편집 2024-01-24(수)
 
▲ 캘리그라퍼 이상현

캘리그라피스트 이상현 작가는 한글에 표정을 만들고 감성이라는 옷을 입히기 위해 '붓을 잡은 연기자' 그리고 ‘한국 캘리그라피디자인 시장의 개척자’라는 이름으로 여러 언론을 통해 알려져 있으며, 국내외적으로 수많은 작품활동을 통해 전통서예를 대중예술로 승화시킨 작가이기도 하다.

커머셜 캘리그라피 작품으로는 드라마타이틀<해를 품은 달><아들녀석들><로열패밀리> 영화타이틀<타짜> <혈의누> <쌍화점> 음반타이틀 <성시경>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 그 외에도 <국순당 우국생> <교촌치킨 BI> 등이 있다. 2010~2012년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서울스퀘어미디어 LED캠버스에서의 영상전시와 강남대로의 22개 미디어폴에서의 전시를 개최한 바 있다. 2010년 서울G20정상회의에서 한글을 알리기 위한 작가로 선정된 바 있으며, 위스키‘발렌타인17 스카파에디션’ 제품과의 콜라브레이션 한국작가로 단독선정 된 작가이다.

한국의 캘리그라피를 널리 알리기 위해 현대무용, 째즈, 인디음악, 브라질 음악과 같은 현대예술장르와 전통의 캘리그라피 문화를 접목시키는 퍼포먼스 공연을 하고 있다. 10월달;에는 아르핸티나 문화부의 초청으로 전시 및 퍼포먼스 공연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캘리그라피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이 분야에서 영향력이 큰 캘리그라퍼 이상현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홍대 인근 선생님의 작업실로 향하는 길은 마치 첫 미팅 나가는 소녀처럼 설렜다. 그분의 작품들을 떠올리며 그런 그림 같은 글씨를 쓰신 분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였다. 선생님을 처음 봤을 때, 유독 예리한 눈빛과 동그란 얼굴 그리고 그 위로 웃는 모습은 강렬한 카리스마를 부드럽게 감춘듯한 강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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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우리나라 캘리그라피가 14년 정도의 짧은, 최근에 알려진 분야인 걸로 아는데 한글 캘리그라피를 선생님께서 창시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대학에서 전통서예를 전공하고 원광대 서예과 초빙교수로 있습니다. 벌써 23년째 서예를 하고 있네요. 서예과를 졸업한 후에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서예가 가지고 있는 고전적 이미지가 강해서 현대의 대중과 소통이 어려운 예술이라는 생각. 그래서 대중과 호흡하는 서예로 변화시키고 싶었어요. 그 후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을 한 끝에 디자인이라는 분야가 실생활에 미술이 접목된 실용미술이기에 대중과 소통을 할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디자인과 서예가 접목된다면 묵향이 나는 한국적인 이야기를 우려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래서 캘리그라피 전문 회사를 99년도 11월에 한국 최초로 만들었어요. 그 후로 글씨 문화를 소개하는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전통서예가 가지고 있는 고전적 이미지를 깨기가 쉽지가 않았어요. 아무래도 붓글씨라고 하면 고전적인 느낌이잖아요. 그래서 서예의 서체 변형을 통해서 문자에 표정을 입히는 작업으로 대중화를 시도했어요. 붓이라는 도구가 굵게 혹은 얇게, 거칠게 등 강약에 따라 풍부한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펜 문화가 갖지 못하는 모필 문화의 감성을 지닌 도구입니다. 그래서 잘 쓴 글씨는 조형미가 뛰어나 회화적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옛 어른들이 잘 쓴 글씨를 집에 걸어놓는 이유도 바로 그런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


Q
누구나 아는 굵직굵직한 영화나 드라마 타이틀 작업을 하셨습니다. 캘리그라피 활용 분야가 좁다고 생각될 수도 있고 또는 글이 있는 곳이면 다 활용된다고 생각하면 넓다고 생각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캘리그라피의 비전을 어떻게 보세요.

손으로 쓰는 감성이 기계 발달 때문에 많이 감퇴가 되었어요. 컴퓨터 글씨에 싫증을 내는 요즘, 손 글씨로 누군가에게 편지를 남기는 일이 성의를 표현하는 감동적인 행위가 되었어요. 개개인의 손 글씨가 기록의 행위로 남는 것은 인간만이 갖는 감성이지요. 그만큼 손 글씨가 소중해져서 가치성이 높아졌고 글씨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가치성에 의한 비전은 상당히 높습니다.


Q 그림에도 화풍이 있듯이 글씨체도 사람마다 스타일이 있어서 다 다른데 캘리그라피도 그 작가만의 스타일 구현이 가능한가요
?

가능하죠. 사실 편의상 서체의 틀을 갖춰놓고 선호하는 글씨체로 닮아가는 연습을 하게 되는데 그 안에서 자신의 글씨체를 만들어 가게 됩니다. 자신만의 스타일이 개발되면 어떤 사람의 글씨인지 구별이 되지요.


Q 작품 중에 여러 스타일의 글씨체가 있지만 주력하는 서체가 있나요?

속된 말로 18번 글씨체가 있고요. 그 기준에서 상황에 따라 변형을 하게 되지요. 주력하는 글씨체라면 이상현체? 하하하 제 스타일의 글씨체가 개발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어제 글씨 다르고 오늘 글씨 다르니 감성에 따라 글씨체가 달라져요.


Q 홍대 인근에 캘리그라피 학원이 몇 군데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원에서 가르치는 것 없이 연습만 시킨다고 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캘리그라피를 배우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이 있다면?

연습은 당연하지요. 연습하면서 내 것이 생기니까요. 그런데 기초가 올바르게 잡혀가는지 테크닉을 올바르게 구현하는지 잡아주는 조언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꼭 필요합니다. 붓글씨를 배웠던 사람이 캘리그라피를 하면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느냐는 얘기를 하지만 그것보다 자신의 감성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 캘리그라피를 잘합니다. 캘리그라피는 글씨에 감성을 입히는 작업입니다. 글로 표현하는 회화인 것이지요. 감성과 소통, 작가의 진심을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훈련으로 표현하는 노력을 지속해서 하다 보면 글씨에 감성을 입히는 작업이 수월해집니다.


Q 한글이 배우기는 쉬운데 조형적으로는 예쁘지 않 얘길 많이 들었습니다. 외국어와 비교했을 때 캘리그라피 작업에 어려움은 있나요?

한글이 캘리그라피를 하는 작업에서 장점이 많은 문자입니다.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받침이 있는 문자가 한글입니다. 예를 들어 알파벳만 하더라도 받침이 없다 보니 문자를 나열했을 때 정돈이 잘되는 장점을 보입니다. 그래서 인쇄매체에서는 받침이 없는 문자들이 눈으로 봤을 때 안정감이 있어 보이지요. 또한, 한글은 횟수가 많은 글자와 그렇지 않은 글자의 편차가 큽니다. 그래서 더더욱 타이포그래피에서는 난해하기 때문에 촌스럽다는 느낌까지 듭니다만 그런 한글의 단점 요소가 캘리그라피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됩니다. 받침이 있고 횟수 차이가 나는 글자들이 있기 때문에 강약의 리듬이 그 안에 살아있어서, 그런 묘미를 살려 회화적인 감성을 표현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Q 선생님께서 작업하신 작품 중에 한글을 소재로 한 회화 작품을 봤습니다. 먹 느낌과 함께 어우러진 한글의 의미가 읽혀지면서 다른 회화 작품하고는 또 다른 심오한 매력이 있던데, 캘리그라피를 이용한 창작 활동을 하시는 특별한 계기와 이유가 있나요?

캘리그라피 회사를 만들고 5년 동안은 운영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먹으로 글씨를 쓴다고 하면 서예를 떠올리고 서예를 디자인으로 입힌 새로운 개념의 캘리그라피를 소개해도 그 편견의 벽을 무너뜨리기가 쉽지가 않았는데 5년 후에 차차 광고에 캘리그라피를 이용하게 되면서 먹의 힘찬 모습과 부드러운 느낌들을 살린 작품이 새롭게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많은 상업작품을 하게 됐지요. 그러다가 어느 날 비즈니스로만 글씨 쓰는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슬럼프가 온 거지요. 작가 이상현으로써 글씨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글씨를 쓰기보다 내 글씨를 쓰기 위해 나를 찾아가는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지속적인 창작 작품의 결과물이 전시회를 통해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나를 찾는 노력. 내 글씨를 만들어가는 노력은 탈 서예를 뜻하고 전통과 관련된 먹과 문자들을 회화작품으로 만드는 작업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지금에서는 작가 이상현의 글씨를 받고 싶어하는 분들이 저를 찾아주니 보람을 느낍니다. 한가지를 덧붙이자면, 글씨로 된 회화 작품들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그 감동과 더불어 작품의 소재가 된 글씨에 대한 뜻까지 자연스럽게 전달이 된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 외국 사람들에게까지 감동적인 한글의 감성을 전달하게 된다면 그것 또한 세계화라고 생각합니다.

Q 캘리그라퍼들은 편견을 뛰어넘는 다양한 도구로 작업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필살기 도구가 있다면? 물론 비밀은 아니겠죠?

 도구는 문방사우지요. 문방사우에서 붓으로 많은 표현을 하지만 붓 이외의 것들도 사용합니다. 사실 붓이 없었을 당시는 돌로도 벽화를 그리기도 하고 그랬듯이 자연의 소재를 이용하기도 하고 생활 속의 재료를 이용하기도 하지요. 사실 혈의 누는 이쑤시개를 이용한 작품이었습니다.


Q 홍대 인근에 캘리그라피 학원이 많이 생겼던데, 후배를 양성하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주말 스터디가 두 달 과정으로 있습니다. 붓으로 하는 기본 테크닉하고 재료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필력을 늘리는 훈련을 하면서 재료학은 무엇보다 여러 가지 경험을 토대로한 노하우를 통해 도구가 가진 특성을 감성적으로 표현해내는 방법을 배우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되는 학습입니다.


Q 최근 한글에 대한 중요성과 우수성이 많이 알려지면서 선생님께서 더욱 바빠지셨겠어요?

  앞으로 대선 후보와 종교지도자들과 함께하는 공명선거 퍼포먼스가 있고요. 한 달에 한 번씩 한글 전시 퍼포먼스가 꾸준하게 있습니다. 그리고 제일 바쁠 때는 10월 한글날을 앞두고 많은 행사가 있어서 그때가 1년 중에 가장 바쁠 때에요. 최근에는 국어교과서 표지작가로 선정돼서 표지 그림도 그리고 있습니다.


지난 호 컴퓨터 일러스트의 대가 잠산 선생님 인터뷰 이후에 또 한 분의 거장 캘리그라퍼 이상현 선생님을 만나 뵙게 돼서 이 직업에 자긍심이 생깁니다. 만나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한글의 매력이 넘치는 멋진 작품 기대할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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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붓을 잡은 연기자 캘리그라퍼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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